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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린이들은 UN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요?

2019.03.13

[현장스케치] 아동보고서 집필진 제네바 방문기 #2

 

 

똑똑똑, UN에서 편지가 도착했어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대한민국 아동보고서 집필진 4명이 제네바에서 인사 드려요 😊 


저희는 지금 대한민국 아동보고서 집필진 자격으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제네바에 와 있답니다. 나이도, 사는 지역도 각각 다른 우리 4명을 이곳까지 오게 만든 ‘아동보고서’란 무엇이고 우리가 아동보고서를 통해 UN에 전하려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목소리로 세상을 바꿔요!

여러분은 텐투텐(10 to 10)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는 학생들이 매일같이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학원에서 12시간동안 수업하는 걸 텐투텐이라고 불러요. 대한민국 아동이 공부하는 데 쓰는 시간은 성인의 평균 노동시간보다 더 많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는 한국 어린이가 공부하면서 매일 마주하는 어려움과 차별, 불평등에 대해 UN에 알리고 싶어서 직접 ‘아동보고서’를 작성했어요. 그럼 과연 아동보고서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대한한국 정부는 1991년에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어요. 협약을 비준한 모든 나라는 협약 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해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할 의무가 있지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 받기 위해서랍니다. 정부가 협약 이행에 관한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면 NGO와 아동은 이를 검토해 정부 보고서가 반영하지 못한 추가 의견을 보고서로 제출할 수 있어요. 아동이 제출하는 추가 보고서를 ‘아동보고서’라고 부르지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협약의 당사자인 아동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아동 보고서를 아주 특별하게 여긴다고 해요. 

 

 

저희가 작성한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는 ‘아동권리 스스로 지킴이’ 활동에 참가한 아동들의 의견을 담아 아동 집필진이 직접 작성한 대한민국 최초의 아동 주도 보고서입니다. ‘아동권리 스스로 지킴이’ 활동은 만 10세~18세 아동이 참가해 대한민국 아동 인권의 현주소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참여의 장이에요. 국제아동인권센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지원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에서 400여명의 아동이 참여했고, 이중 23명이 보고서 집필을 희망해 최종 집필진으로 선발됐답니다.

 

 

돌이켜 보면 저희가 주변의 친한 친구들도 아니고, 전국에서 온 다양한 연령의 아동들과 함께 대한민국 아동보고서를 어떻게 완성할 수 있었을까 신기한 생각마저 들어요. 수도권부터 제주도까지 사는 곳도 서로 다르고,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나이도 다양했는데 말이에요. 의견을 맞춰가며 보고서를 쓰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주제 선정부터 보고서에 쓸 단어 하나까지 우리 스스로 조율하고, 선택하고, 논의하는 어렵고 긴 과정을 거쳐야 했죠.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꾸기를 희망했고, 어려움을 겪는 많은 친구들을 위해 보고서를 꼭 완성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보고서 초안을 수십 번 다시 읽고, 자체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방과 후 새벽까지 보고서를 계속 들여다보며 내용을 수정했어요. 보고서에 들어갈 그림도 우리 스스로 그렸어요. 뿐만 아니라 우리의 뜻이 보다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영문판 번역가 선생님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참 많은 걸 연습하고 배운 것 같아요. 서로를 존중하는 법과 중요한 선택을 스스로 내리는 법을 배웠고, 나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연습도 할 수 있었어요. 토론을 통해 평화로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체험한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죠. 무엇보다 어떤 이슈든 아동권리와 관련 지어 생각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우리 모두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마침내 2018년 11월에 우리는 함께 작성한 대한민국 아동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어요. 그리고 기대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죠. 보고서를 읽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아동 집필진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저희를 제네바로 초대한 거에요! 집필진 모두가 참가할 수 없어 대표로 4명이 제네바를 방문하기로 결정했어요. 

 

 

 

한국 어린이 4명이 유엔아동권리위원회와 만났어요!

어른들은 흔히 우리에게 ‘너희는 아직 어려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려우니 어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해요. 하지만 우리의 문제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죠. 어느 누가 대한민국 아동의 현실을 우리만큼 잘 알 수 있을까요? 우리의 이야기는 직접 우리의 목소리로 전해야죠! 그래서 저희는 `교육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동`이라는 주제의 아동보고서를 들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와 함께하는 아동회의에 참석하기로 했어요. 

 

 

 

 

제네바에 가기 전엔 사실 아동권리위원들이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지 상상도 가질 않았어요. 영어로 내 의견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다양한 상황에 처한 대한민국 아동들을 대표해서 제대로 발언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불안감이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아동회의가 시작되니, 우리를 위해 온전히 주어진 이 시간 동안 무엇이든 말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어요. 한국 아동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교육으로 인해 어떤 차별과 폭력을 마주하는지, 그래서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를 차근차근 말했어요. 위원들 역시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고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와 아동이 만나는 회의 날짜나 내용은 모두 비공개예요.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고, 회의장에서 아동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죠. UN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스위스 방문 비자를 승인해주지 않는 나라도 있대요. 어떤 나라에서는 참여한 사실이 밝혀지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위협이나 협박을 받기도 한대요. 자신의 나라에서 아동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이유만으로요. 그래서 아쉽지만 여러분에게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저희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지, 누가 함께 참여했는지를 공유할 수는 없어요. 이건 원칙이니까요. 그래도 저희가 이야기한 내용은 공개해도 된다고 하니 여러분에게 조금 전해 드릴게요. 

 

 

 

대한민국 아동의 현실은 우리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성인의 평균 노동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습에 쓰는 대한민국의 아동이에요. 우리는 휠체어 접근성이 떨어져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장애아동이며, 입학을 거부당하는 미등록이주아동이고,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교 밖 아동이에요.

 

 

우리는 학교에 다니는 매일이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어른들은 벼랑에서 떨어지면 낙오자가 된다고 말해요. 힘들다고 말해도 “조금만 참아, 대학가면 다 해결 될 거야, 모두가 다 그런 걸, 어서 가서 공부해”라고 말해요. 사실 저는 어릴 적에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거든요. 밤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하던 제 친구는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어했고요. 하지만, 요즘 친구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선생님이나 변호사나 의사 같은 직업이 꿈이라고들 해요. 

 

 

우리는 성적으로 인한 부당한 차별을 당해요. 어느 날 시험이 끝나고 한 선생님이 성적이 낮은 친구를 지목하며 “넌 그냥 우리 반 분위기에 민폐다. 너희들도 쟤처럼 되고 싶지는 않지?”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제 친구는 그런 말을 들어 마땅한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는 학업 성적과 상관없이 모두 가치 있는 존재니까요. 우리의 꿈과 잠재력은 결코 성적에 의해 재단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우리 역시도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자 대한민국의 시민이라는 것을 어른들은 왜 모르는 걸까요? 

 

 

우리에게는 교육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기도 해요. 제 꿈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지만, 제 진로에 맞는 학교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아예 없어 입학을 생각해 볼 수조차 없었어요. 시설이 구비된 학교가 너무 멀어서 통학에만 2시간 넘게 걸리는 친구도 있고요. 저는 부모의 사회적 신분, 거주 지역, 장애여부, 부모의 출신과 관계 없이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우리는 교육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어요. 우리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이 변화하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질 높은 교육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되기를 원해요. 그리고 교육 정책을 세우기 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우리는 성적과 관계없이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아동의 상황을 담은 ‘아동보고서’를 작성해서 UN에 전달했어요. 우리가 쓴 이 보고서는 다른 보고서와 다르다고 생각해요. 존중 받는 것이 뭔지 잘 모르던 우리들이 존중을 받아보고, 서로 나누고, 그걸 바탕으로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쓴 것이 이 보고서이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힘든 상황 아래 있다 해도 미래가, 희망이 있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매일 매일 반복되는 학교생활의 중압감 아래서 힘들고 바빴지만 대한민국 아동의 미래를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든다는 신념 아래 두 가지 일을 다 즐겁게 할 수 있었고요. 이 모든 것은 존중 받는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아동보고서 집필진으로 활동하는 동안 우리를 누구보다 존중해주셨던 모든 분들, 그리고 서로 존중했던 집필진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이 글을 읽는, 한때는 어린이였을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우리들의, 대한민국 아동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  아동권리 스스로 지킴이, 아동보고서 집필진의 감상문 등을 바탕으로 아동의 목소리로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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